---
2025년, 삼성전자는 인도 정부로부터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4G 통신 장비의 관세 회피 혐의 때문인데, 삼성 측은 무관세 품목이라 주장한 반면, 인도 세관 당국은 이를 유료 품목으로 해석했다. 단순한 해석 차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인도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예상치 못한 정책적 불확실성과 문화적 이질감이 얼마나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인도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이유: 문화와 제도의 복합작용
1. 법과 제도의 복잡성과 유연성 부족
인도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법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법령 자체가 복잡하고 오래되었으며, 해석 여지가 많다. 게다가 세금 제도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적용되는 세금 기준이 다르고, 때때로 소급 과세 같은 정책 리스크가 발생한다. 삼성전자 사례처럼 세관이 품목 해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의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
2. 관료주의적 문화와 부패
인도는 글로벌 부패 인식지수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행정 처리 지연과 비공식적인 절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허가나 통관 등의 문제에서 불합리한 관행을 겪기도 하며, 이는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를 어렵게 만든다.
3. 문화적 다양성과 소비자 특성
인도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언어, 종교, 식문화,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다중 국가’에 가까운 문화 다양성을 지닌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실패 확률을 높인다. 인도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면서도 전통적 가치와 지역적 특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
실패 사례: 문화적·제도적 장벽을 넘지 못한 기업들
● 노키아
인도에 대형 공장을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법인세 문제와 원천징수세 논란으로 인한 인도 당국과의 갈등 끝에 자산이 압류되고 결국 철수했다.
● 보다폰
소급 과세 문제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금 소송에 휘말리며 인도 통신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고 철수 수순을 밟았다.
● 까르푸
유통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로 인해 자체 유통망을 확장하지 못했고, 인도의 복잡한 유통 구조와 협력 실패로 4년 만에 철수했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인도 법제도의 불확실성, 관료주의, 그리고 현지화 부족이라는 3가지 벽에 가로막혔다.
---
인도 진출 전 알아두면 좋은 점과 주의사항
1. 법률 및 세제 전문가와의 협업 필수
현지 법령은 예외 조항이 많고, 해석도 수시로 바뀌므로 철저한 법률 검토가 중요하다.
2. 현지 파트너십 구축
인도 시장은 외국 기업 단독 진출보다는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규제와 문화 장벽을 넘는 것이 유리하다.
3. 현지화 전략을 넘어서 ‘초현지화’ 전략 필요
가격대, 마케팅, 제품 디자인 모두 인도 지역별로 다르게 설정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4. 문화 이해와 장기적 관점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인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
맺음말
삼성전자의 관세 분쟁은 단지 하나의 기업 이슈가 아니라, 인도라는 시장이 가진 복잡성의 상징이다. 엄청난 인구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제도적 장벽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은 높다. 인도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문화 융합’의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우킥, 보기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이유는? (0) | 2025.04.10 |
---|---|
책을 읽는 것이 성공과 관련이 있는가? [마윈 강연] (0) | 2024.07.16 |
꾸준한 긴장감, 열 여덟 번째 글 (0) | 2023.10.01 |
위성 우산 서비스, 열 네 번째 글 (0) | 2023.09.26 |
엉뚱한 상상, 소외되는 사람 찾기, 열 세 번째 글 (0) | 202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