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복싱 체육관은 사람도 거의 없고 관장님의 관심(?)도 없는 여유로운 곳이다. 러닝머신만 뛰다 와도 되고, 샌드백만 치다 와도 된다. 물론 평일에 그렇게 해도 말릴 사람은 없겠지만, 무언가를 장시간 독차지하는 것은 민폐다.
전에 다니던 체육관도 토요일에 열려 있었다. 보통 오전 10시에 열어서 오후 5시에 닫는 것 같다. 토요일은 자유 운동이기 때문에 관장님이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는다. 난 11시쯤 도착해서 1시간쯤 운동한다. 이 시간에는 체육관에 한두 명 정도 있거나 아무도 없기 때문에 평온하게 운동할 수 있다. 뭔가 여유롭다.
오늘은 간단하게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이어서 줄넘기를 3라운드 동안 했다. 토요일엔 X자도 연습하고 쌩쌩이도 해보는데 오늘은 왠지 내키지 않아 일반 줄넘기만 했다.
핸드랩을 감고 쉐도우를 해본다. 3라운드 동안 내 앞에 가상의 상대를 만들어 혼자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스파링 경험이 없는 나는 가상의 상황을 만드는 게 잘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배웠던 동작을 이것저것 섞어 많이 움직인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떨어지면 열심히 맞는 게 복싱이다. 우선 체력을 늘려야 하고, 몸의 근육들이 복싱 동작에 익숙해지게 해야 한다. 되든 안되든 계속 움직이며 팔을 뻗어본다. 집중해서 하면 3라운드는 금방이다.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으로 간다. 샌드백을 빙빙 돌면서 계속 때려본다. 샌드백에 붙어서 어깨로 밀어 보기도 하고, 샌드백과 몸싸움을 해보기도 한다. 온몸을 이용해 주먹을 내려고 노력한다. 샌드백이 멀어지면 전진하면서 때리고, 가까이 오면 후진하면서 때려본다. 빗나가면 팔이 아프다. 3라운드 동안 최대한 쉴 새 없이 때려본다.
어느덧 40여분이 지났다. 글러브와 핸드랩을 벗어서 사물함에 넣는데 정권 부위가 조금 아프다. 오늘은 샌드백을 세게 때렸나? 글러브가 문제인가? 관장님께 글러브를 봐달라고 했다. 내 글러브는 하드 하게 나온 글러브가 맞긴 한대 폼이 많이 죽었다고 하신다. 하드 한 글러브인데 지금은 하드 하지 않다. 작은 대미지라도 계속 쌓이는 건 싫다.
관장님께 글러브를 하나 부탁해놨다. 주문해주신단다. 인터넷에서 내가 사도 되지만, 그러면 또 며칠을 리뷰 읽고, 제품 보고 그럴 거다. 관장님께서 많이 써보셨을 테니 나보다는 낫겠지.
집에 오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다. 그러고 보니 체력운동을 안 했다. 글러브 상담하느라 까먹고 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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