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책 읽는 방법

Gimpapa 2021. 5. 2. 08:19

나는 나만의 책 읽는 방법이 있다. 나는 이 방법을 5권법이라고 부른다. 도서관에서 5권의 책을 빌려서 집에 있을 때는 늘 곁에 두는 방법이다.

 

책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이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고, 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었다. 알쓸신잡이나 어쩌다 어른 같은 프로를 보고 있으면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부러웠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두 세장 읽으면 졸음이 찾아왔다. 큰 마음먹고 책을 구입하면 책장에 전시용이 되곤 했다. 퇴근하고 오면 늘 피곤했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이 많았다. 책을 읽는 비법은 없을까?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방법에 대해 나온 책들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봤다. 하지만 나에겐 작심삼일이었다.

그래서 책 읽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가장 큰 걸림돌은 졸음이었고 그 다음은 책에 대한 부감감이었다.

 

우선 졸음을 떨쳐보자.

 

책을 펼치고 조금 읽고 있으면 금새 졸리다. 내용이 조금 어려운 책이라면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보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여러 권 빌려온다. 책을 읽다가 졸릴 것 같으면 바로 다른 책을 집어 든다. 한 장을 읽었든 한 문단을 읽었든 개의치 않는다. 다른 책을 읽으면 잠시나마 정신이 든다. 졸리면 또 다른 책을 펼친다. 이렇게 하면 책 읽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 빌려온 책들을 한 번씩 다 봤는데도 피곤하면 그 날의 도전은 성공한 셈이다.

 

책을 다양하게 빌려오자.

 

도서관에서 책을 몇 번 빌려오다 보니 나에겐 5권이 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권은 돌려가면서 보기에 너무 금방 끝나고, 5권이 넘어가면 부담스럽다. 5권은 다양한 분야로 선택한다.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피곤해지면 다른 책을 봐야 하는데 그 책이 어렵다면 금방 읽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이 좋다.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의 책도 한 권씩 고른다. 5권을 돌려가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책들로 구성하면 집중력이 금방 떨어진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과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유다.

 

1. 보통 사람들의 가치투자 성공 이야기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떻게 공부해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궁금했다.

2. 김중근의 1분 차트

   주식 투자를 차트로 한다? 난 차트를 볼 줄 모른다. 기초부터 설명하고 있다. 뭔지 한 번 보자.

3. 습관의 디테일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나에게 필요한 책으로 보인다. 읽기에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4. 처음 만나는 알고리즘

   새로운 분야의 책이다. 알고리즘에 대해 최대한 쉽게 써 놓은 것으로 보이는 책을 빌렸다.

5. 시사상식 청소년

   청소년들이 신문을 읽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나와 있다. 나도 신문을 잘 안보는데 읽어봐야겠다.

 

위 5권 중에 2번 책은 공부해보려고 읽는 책이다. 3번은 자기개발서이기 때문에 나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책이다. 4번은 정말 새로운 분야의 책이기 때문에 얼마나 읽을지 모른다. 1번은 가볍게 읽어보려고 빌렸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안 읽을 수도 있다. 5번은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마음으로 빌리지 않았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으려고 빌렸다.

 

이런 식으로 책을 다양하게 빌려오기 시작하면 나만의 구성이 생긴다.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눈에 띄는지에 따라 책의 분야와 빌리는 이유는 훨씬 다양해진다.

 

집에 오면 책은 늘 들고 다닌다.

 

책 5권을 잘 골라서 읽고자 마음 먹는다 해도 책을 손에 쥐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집에 오면 책 5권을 들고 다닌다. 잘 때도 머리맡에 놓고 잔다. TV를 볼 때도 옆에 놓고 본다. 늘 곁에 있어야 조금이라도 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책은 책장에 예쁘게 꽂아두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손에 잡히고 발에 치이는 곳에 두어야 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편견을 버리자.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다 읽으려고 하면 부담이 생긴다. 책은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된다. 조금만 읽더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자. 절대 부감이 생기면 안 된다. 한 문장을 읽더라도 내 것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책 읽는 시간을 즐기도록 하자.

 

책은 사서 봐야 한다고? 난 도서관이다.

 

나에게 도서관 반납일은 책을 읽어야 하는 마감시간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에 강제로 읽게 될 때도 있다. 책을 제대로 못 읽은 채 반납하면 반성하는 마음도 생긴다. 선정했던 5권 중에 재미가 없거나 나와 맞지 않는 책은 읽다가도 과감히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려온다.

 

무슨 책을 읽을까?

 

특별히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되지만 대개의 경우 고르기가 어렵다. 게다가 신간은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도서관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반납하는 책과 신간 코너에서 책을 고른다. 보다가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으면 해당 코너로 가서 무슨 책이 있는지 주욱 훑어본다.


지금까지는 독서의 스타터 단계이다. 책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고,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대신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면 매우 성공적이다. 차츰 나만의 독서법이 생기면서 책과 함께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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