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뭄바이로 가는 길 : 파견의 첫발, 낯선 시작

Gimpapa 2025. 7. 5. 21:33



인도로 향하는 아침이었다.
인천공항이 혼잡하다는 얘기에 마음이 조급해져 새벽 첫차를 타고 움직였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시 무렵. 예상보다 한산했다. 긴 줄을 각오했는데, 의외로 수속은 빠르게 끝났다.
수하물 태그를 뽑고, 캐리어를 부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니 7시 반.
너무 일찍 와버렸다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뭄바이까지 직항이 없어서 홍콩을 경유하기로 했다.
홍콩행 비행기는 제시간에 도착했고, 비교적 편안하게 이륙했다.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도, 앞으로 펼쳐질 인도 생활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홍콩 공항에 도착했다.
transfer 표지판만 따라가면 되는 경유 절차가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쯤, 홍콩 공항 의자에 앉았다.


뭄바이행 비행기는 오후 6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아직 게이트가 정해지지 않았다.
면세점을 조금 둘러보다가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그때 들려온 지연 안내.
출발이 2시간 늦춰진다는 한마디가 깊은 피로감을 더했다.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를 찾아 몸을 옮겼고, 그대로 다리를 뻗어 잠시 누웠다.
공항의 조명과 여행자들의 소란으로 잠은 오지 않았다.


8시가 가까워졌지만, 게이트 앞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비행기는 이미 들어와 있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지연이 이어졌다.
좌석에 앉은 시각은 결국 8시 반이었다.
좁고 답답한 좌석에 몸을 웅크리며, 차라리 잠드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눈을 감았다가, 식판 부딪히는 소리와 기내식 냄새에 다시 깨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깜빡깜빡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어느새 창밖에 희미하게 번지는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뭄바이였다.


비행기가 착륙한 시각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쯤이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으려는데, 내가 타고온 비행기편이 전광판에 없었다.
내 비행편 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레인 앞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전혀 다른 항공편 표지판 밑에서 캐리어를 발견했다.


같이 온 일행의 대형 수하물은 더 복잡했다.
공항 직원에게 물으면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답답한 안내가 이어졌다.
결국 공항 안에서 다시 찾아냈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인도에 도착했다는 현실이.


공항을 빠져나왔을 때, 더운 공기와 습기가 피부를 스쳤다.
한국의 여름도 덥고 습하기에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
인도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느낀다는 인도 특유의 향과 공해는 비에 씻겨 내려갔는지 느낄 수 없었다.


숙소까지는 차로 40분 정도.
공항 주변에는 생각보다 꽤 넓은 범위로 현대적이고 잘 정비된 건물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숙소가 가까워질수록 낮고 낡은 건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도시의 또 다른 얼굴 같았다.


묵을 곳은 설악게스트하우스였다.
운전기사는 주변이 안전하다고, 그리고 스타벅스나 써브웨이 같은 가게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귀에 쏙 들어왔다.
이런 곳에서도 익숙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해 씻고, 필요한 것만 대충 꺼내놓고, 침대에 몸을 눕혔을 때
한국 시간으로 새벽 6시 반이었다.
비로소 쉴 수 있다는 안도감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묵직한 감정이 동시에 찾아왔다.


인도로 출발하기 위해 일어난지 꼬박 24시간이 넘었다.
비행기에서 눈을 조금 부쳤지만, 정신이 멍하다.
얼른 자자. 주말동안 몸을 회복해야 월요일부터 있을 업무에서의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7월의 뭄바이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