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원제는 'The Rise of America's Gun'으로 2012년도에 출간된 책이다. 기자 출신의 저자는 수많은 기사, 논문, 인터뷰 등을 참고해 객관적으로 주제를 다루고자 했으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1986년 마이애미 총격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GLOCK의 탄생
글록의 설립자인 가스통 글록 Gaston Glock은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그는 철공소를 시작으로 군용 칼, 총검 등을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었다. 1980년 2월의 어느 날 우연히 오스트리아군이 신형 권총 선정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권총 개발에 착수한다.
당시 50세인 가스통 글록은 권총 개발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에 군의 요구 사항을 모두 받아들여 권총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 유명한 총기업체들은 자신들의 권총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이때 오스트리아 국방부는 국내 제조업체의 권총을 채택하고 싶어 했다. 오스트리아 업체인 글록에게는 유리한 환경이었다. 수차례의 개량을 거친 글록은 슈타이어, H&K, 시그사우어, 베레타 등을 누르고 1982년 11월 오스트리아군의 자동권총으로 선택받게 된다.
글록은 다른 권총에 비해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었다.
- 대부분의 부품을 폴리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661g이라는 가벼운 무게(금속 권총의 무게는 약 1Kg 전후)
- 34개 밖에 되지 않는 부품 수(다른 권총들은 53개~77개)
- 17발 장전으로 두 번째로 많은 장전수
- 단순한 슬라이드 구조로 낮은 오동작 가능성
미국 진출
미국에서 총기 소지는 미국인의 정체성이다. 시민 무장의 원칙을 담은 "미국 수정헌법 제2조(The Second Amendment)"가 이를 잘 나타낸다. 총기소지는 자유와 개인주의, 자립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범죄나 폭력과 같은 부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많은 논란과 정치 논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총기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기에 총기업체들에게 미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오스트리아 신생업체가 어떻게 불과 몇 년 만에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글록 자동권총은 독일의 총기 잡지에서 이동 총기 판매상인 칼 발터 Karl Walter의 눈에 띄었다. 발터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글록이 궁금했다. 1984년 독일과 오스트리아로 출장을 갔더 발터는 글록 권총을 만났다. 글록 권총은 투박한 첫인상이었지만 오스트리아군이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발터는 가스통 글록을 만났고 그에게 미국 진출을 권했다. 당시 여러 곳에서 글록 권총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지만 재무나 마케팅을 몰랐던 가스통 글록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발터는 총기 잡지 기사를 시작으로 미국에 글록을 알리기 시작했다.
글록은 미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글록의 가격은 경쟁사보다 우위였으며 그럼에도 수익은 더 높았다. 글록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글록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다는 이슈가 제기되면서 글록은 더 유명해졌다.
책의 도입부였던 마이애미 총격사건은 FBI의 화력 부족을 부각했고, 이는 미국 주요 법 집행기관의 총기 교체를 촉발시켰다. 경찰들도 자동권총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발터는 경찰용에 더 많은 할인을 해주었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도시의 경찰서에서 글록을 주문했다. 예산이 부족한 경찰서에는 다양한 금융지원과 중고보상 판매 서비스를 제공했다. 글록을 구입한 기관에서 정규직을 채용함으로써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글록은 미국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발터는 소품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릭 워시번을 통해 TV 프로그램과 영화 소품으로 글록을 등장시켰다. '다이하드 2'를 시작으로 글록은 대중매체에 등장하게 된다. 글록은 갱스터 래퍼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진다. 투팍 샤커 Tupac Shakur의 노래 가사에는 글록이 등장한다.
글록은 미국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사격장과 강의실을 갖추고 클럽을 운영하며 고객을 대접했다. SHOT라는 총기와 탄약 산업의 콘퍼런스도 적극 활용하면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갔다.
물론 글록이 미국에서 승승장구만 하지는 않았다. 총기사고와 관련된 법률 분쟁, 총을 사용한 범죄, 총기 소유에 대한 정치 논쟁 등 여러 차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떤 것은 무마시키고 어떤 것은 오히려 유리하게 만들어 글록을 더 잘 팔리는 총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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